2015/12/13 Eden of Sorrow Tour, 후쿠오카 "부제: 허그미를 위하여"

히로시마에 가기 전에 칫치한테 줄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했었다. 그 전의 오키나와 공연이나 그 동안 나름의 챙겨줌이 고마웠기 때문에 짧은 편지와 함께. 이걸 히로시마 공연이 끝나고 체키회때 전달했었다. 


문제는 전달하는 과정에 있었다. 요즘 BiSH는 멤버 2인 1조로 체키를 찍는다. 즉, 멤버 1명하고 찍으면 다른 멤버 1명은 잠깐 대기를 해야한다. 칫치는 허그미하고 체키조를 이뤘는데 내가 들어갈때 멤버를 지정하지 않아서 스텝이 허그미를 먼저 불렀고 내 손에 칫치의 선물이 들려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에 서있는 칫치를 빨리 불러서 선물을 맡긴 후에 허그미와 체키를 찍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손에 들려있던 선물이 칫치의 손에 전달되는 그 순간 오히려 허그미가 미안해했고 동시에 '아, 이건 내가 실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칫치 먼저 나오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내 생각이 정말 짧았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다음 주가 되었을때 허그미 '쿠소 리프 사건'이 터졌다. 공연 전 콘비니에서 츄하이를 사고 있는 청소원을 우연히 보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던 허그미의 따뜻한 트윗에 '허그미 닮은 아줌마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허그미였구나!'라고 농담치고는 날이 선 쿠소 리프가 허그미한테 돌아가면서 허그미와 쿠소오타간에 약간의 언쟁이 있었고 열이 뻗친 허그미가 트윗을 닫아버렸다.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좀 처럼 풀리지 않자 일부 청소원들이 '허그미 아이시떼루'라는 태그를 붙여서 허그미 응원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게 번져서 결국 트윗 트렌드로 올라가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이에 감동한 허그미가 다시 트윗을 오픈하고 '허그미 아이시떼루' 태그로 올라온 대부분의 글 대부분에 잔잔한 리프를 남기면서 사태는 그렇게 종결.



"트렌드에 올라온 허그미 아이시떼루"


BiSH는 멤버들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받드는 그룹이 아니고 운영에서도 최대한 덕후의 행태에 대해서 터치를 하지 않으니 보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각종 비난/비판/쿠소리프가 멤버들에게도 직접 날라 들어온다. 


일련의 사태를 보자하니 그때마다 그룹안에서 방파제로 든든히 막아서고 있는게 이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난주 의도하지 않았지만 칫치에게 선물을 전달하면서 이 녀석에게 미안해진 마음도 있어서 뭐가 되더라도 작지만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게다가 이 녀석은 매번 올때마다 나를 장동건이라고 말도 안되게 띄워주고 있지 않았던가...(...)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는데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오글거리는 편지를 쓸 수도 없었고 그렇게 고민을 며칠하다가 허그미의 트윗 사진을 최근 것 부터 쭈욱-* 스크롤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발견 한 몇 장의 힌트들.




그렇다!

허그미는 엄청난 애주가였던 것이다!


지금은 지워졌지만 사실 '쿠소 리프 사건' 직전에 올라온 사진도 어느 청소원이 선물했던 일본의 전통주였던지라 감이 확실하게 잡혔다. 분야가 이쪽이면 나도 확실히 하나쯤은 준비해 볼 수 있는 나름의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을 넣었다.



"내 고장 충청도가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고 명주의 하나, 

한산 소곡주" (일명 앉은뱅이술)


그리고 후쿠오카 공연 전날 이걸 포장 그대로 캐리어에 넣어봤는데 이게 들어가니 다른 물건을 집어넣을 공간이 없었다. 결국 캐리어에는 이것만 집어넣고 가기로 했다. (-_-) 기내 핸드캐리가 아닌 수하물로 맡기는 것을 정말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것 때문에 수하물로 짐을 맡기고 게이트로 향하는 와중에도 혹시나 병이 깨지거나 하는 걱정을 좀 했었는데 안의 포장을 에어쿠션으로 했더니 큰 문제는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가 끝내고 캐리어를 찾아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세관 심사에서 잡혔다. 캐리어를 열어보라길래,


세관: "(박스에 써있던 酒로 바로 알아보고) 술인가요?"

진타: "네, 전통주입니다."

세관: "누구한테 주는건가요?"

진타: "아... 오늘 콘서트가 있어서..."

세관: "콘서트...?"

진타: "네, 콘서트의 아이도루상에게 선물로..."

세관: ".....!?"

진타: "....."

세관: ".....어떤 아이도루인가요?"

진타: "빗슈입니다."

세관: "빗...슈....?"

진타: "네, 빗슈라고 하는 지하 아이돌입니다."

세관: "....."


세관심사를 보던 분이 생각보다 유쾌했고 친절했던 사람 같았다. 뭐 직업이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작년에 나고야 공항에서 워낙 짐이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그때 세관심사를 받고 최근에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서 후쿠오카에서 세관심사를 받는다는 생각은 못했기 때문에 좀 놀라긴했다.


"후쿠오카 공항 빠져 나오자 제일먼저 살핀 소곡주님의 안위"


그렇게 세관을 넘기고 나와서 라이브는 그 다음날에 있었기 때문에 호텔에 고이 모셔놓았다가 후쿠오카 투어 당일에 캐리어를 그대로 끌고 라이브 회장으로 향했다. 캐리어를 별도로 맡겨야했는데 500엔씩이나 받고 캐리어 맡기는 줄도 길어서 티켓 번호가 그리 나쁘지 않았음에도 라이브는 거의 뒷열에 서야했다. 뭐 그래도 그날은 공연 보다는 빨리 저걸 건네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공연이 끝나고 체키회가 시작될때 다시 캐리어를 찾아와서 거의 막판에 칫치/허그미 줄로 들어갔다. 칫치 2장, 허그미 2장, (칫치+허그미) x 3장으로 이날 칫치/허그미 줄에만 총 10장을 부었다. 허그미는 보통 1장에서 2장까지 갔던게 전부인데 형식은 칫치와 같이 찍은 사진이 많지만 사실상 허그미한테 5장 이상을 부었던 것 같다.


스텝한테 장수를 말해주고 체키를 시작하려는데 스텝이 당연하게 칫치를 먼저 부르려 하길래 빨리 허그미부터 시작하자고 한 후에 우선 손에 들고 있던 한산 소곡주를 허그미한테 안겼다. 아무런 기대도 없고 생각치도 못했을테니 갑작스럽지만 정말 좋아하는게 보여서 좋았다.


그리고 이날을 기념하여 체키를 몇 장 찍었다.


"음주는 즐거워요!"


"허그짱과의 러브샷"

이날 찍었던 사진 중에 베스트 샷이라고 생각. 허그미가 너무 잘나왔다.


"음주는 적당히 합시다."

마지막엔 칫치도 불러서 같이 (칫치가 연기파라고 호평해줌)


마지막에 끝나고 내려오기 전에 짧지만 허그짱 요즘 기운이 없는 것 같다고 힘내라고 짧은 격려의 말을 남기고 내려왔다. 그냥 내 선에서 허그짱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은 딱 이 정도 수준이었던 같고 작지만 작은 응원이라도 허그짱에게 힘이 되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700ml 2병을 건넸으니 뭐 가능하면 한 입씩이라도 멤버들이 맛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이걸 마셨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 다음날에 아이나로부터 짧은 트윗이 올라왔는데...,




내용인 즉슨, 내가 술을 건냈던 밤에 칫치, 허그미, 아이나 3명이서 늦게까지 나름 진지한 얘기를 하면서 아이나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메모를 해놨는데 아이나가 취해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써놓고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내용.


응? 아이나가 취해있었다고?

이 녀석들이 술을 먹었다고?

설마...!?!?


아, 직접 물어볼 수 없으니 알길이 없다.

다음에 가면 알겠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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